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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Travel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나의 호주 여행기 - 첫번째날 (시드니를 맞이하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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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dney Cove에서 바라본 시드니 북부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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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dney Opera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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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브릿지 밑에서의 결혼식


Circular Quay로 가는도중에 몇몇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슨 모임이나 파티인가 하며 유심히 보던 나는 그것이 결혼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결혼식 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성대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결혼식은 아니었지만, 호주 사람들 특유의 사치스럽지 않으면서도 그 뜻을 잘 살린 모습이었다. 우리나라도 패물이니 축의금이니 하는 복잡한것들 모두 제외하고, 이렇게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면 좋을것 같았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식이 양가집안의 자존심과 남보다 멋져 보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성대해야만 행복한 것일까? 전통과 역사로 굳어져 버린것을 이제와서 내가 어떻게 바꿀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전통결혼식을 재대로 하긴 했던가. 그럼 지금 생겨버린 이 전통들은 모두 어디서 온것들일까?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하는 커다란 성격 면에서는 같지만, 어느정도는 화이트 데이와 생일케익에 연장선상에 걸려있는 결혼식 문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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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큘러 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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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현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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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Freedom?


그렇다면 나는 지금 자유로운가?
정답은 'Yes' 나는 지금 한없이 자유를 느끼고 있었다.

지금의 '나' 조차도 그때의 '네'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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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미술관 앞을 지나 서큘러퀴로 들어설때 어디에선가 밴드의 연주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를 좆아 서큘러 퀴 뒤쪽에 있는 야외 Bar로 걸음을 옮겼다. 한 밴드가 락 풍의 곡을 연주하고 있었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흥겹게 음에 따라 그루브를 하고 있었다.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 한분이 락에 취해서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이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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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큘러 퀴를 지나 나는 그디어 오패라 하우스에 다가가고 있었다. 점점 인파가 붐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길을 따라 깔끔한 까페와 식당이 들어서 있었고, 한 카페에서는 다른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정말 즐기면서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우비' 맴버들이 함께와서 이곳에서 노래를 부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 밴드는 봤지만 아카펠라를 하는 팀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새로운 것에 관심을 보이는 이곳 사람들을 볼때 꽤나 인기를 끌 수 있지 않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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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브릿지를 등반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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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녁 오페라 하우스에서


이곳에서 본 해질녁의 Sydney 는 무척 아름다웠다. 나는 고민이 되었다. 다음 장소인 맥쿼리 point 를 스킵하고 이곳에서 시드니의 야경을 볼 것인가.. 오랫동안 고민을 하던 끝에 나는 맥쿼리 point 를 가기로 했다. 이곳은 Central Station 에서 비교적 가까워서 마음만 먹으면 다시 올 수 있을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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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하우스에서 내려다본 Sydney Cove 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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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Botanic Garden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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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Botanic Garden 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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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Botanic Garden 에는 많은 종의 식물들과 이름 모를 새들이 살고 있었다. 맑은날 왔다면 정말 멋진 관경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4일내에 모든것을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조금씩 일정과 타협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미 충분히 많은 거리를 걷고 있었고, 이제는 시간과 체력보다도 해가 지는것이 문제가 되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 져 가면서 나의 D200의 셔터 스피드는 계속해서 느려지고 ISO는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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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이 윙크를 하고 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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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 point로 가는 길목의 기암괴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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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Botanic Garden 에서의 결혼식


이곳에서 또 하나의 결혼식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엔 누가 신랑이고 누가 신부인지 모르게 모인사람들이 다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합동 결혼식인가..? 아니란다. ㅎ 호주에서는 신부와 들러리가 같은 옷을 입는다고 한다. 웨딩드레스와 신부 화장에만 100만원 이상을 소비하는 우리나라의 결혼풍습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부를 들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킨다던지 신랑을 괴롭히는 장난스러운 풍경은 어느나라나 마찬가지 인것 같다. 신부가 등빨이 좀 나갔는데 신랑이 아주 죽을려고 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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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quarie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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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디어 맥쿼리 포인트에 도착 하였다. 이곳은 맥쿼리 부인이 전쟁에 나간 남편을 앉아서 기다리던 곳이라고 한다. 이 의자에 앉으면 시드니 항구로 들어오는 배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나저나 맥쿼리 부인은 다리가 참 길었던게 틀림없다. 의자가 꽤나 커서 난 처음에 이곳이 맥쿼리 포인트 인지 모르고 그냥 지나쳤었다. ;; 또한, 사진속의 여자 모델이 현대적인 옷을 입은 동양 사람이라는 것도 아이러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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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 포인트 바로 위에 있는 언덕에 올랐을때 나는 비로소 이곳이 왜 유명한지 알 수 있었다.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가 한눈에 들어오며 남 시드니와 북 시드니가 연결되고 있었다. 이미 많이 어두워 졌지만 나는 몇장의 사진을 찍다가 기어코 거추장 스럽기만 했던 삼각대를 펼쳤다. 주변에는 몇몇 중국인들이 나처럼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 갔고, Sydney의 야경은 점점 신비한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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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익숙하지 않은 D200 과 싸우며 Sydney의 전경을 찍었다. 어느때는 너무 빛이 번졌고, 어느때는 하늘이 빨갛게 찍혔다. 그나마, 예전에 반 수동 카메라 였던 S50을 사용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겨우 만족할 만한 사진을 얻었을때 주변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고,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한시간 반이라는 시간동안 시드니의 야경에 취해 있었다. 서둘러 삼각대를 정리하고 Royal Botanic Garden 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드넓은 공원을 혼자 걷노라니 무서운 생각마져 들었다.
한참은 걷고 있을때 뒤에서 자동차 소리가 났다. 차 소리마져 반가웠다. 뒤를 돌아보았을때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차는 낡았고 본네트는 스프레이로 휘갈겨져 있었다. 반쯤 열린 차 창문으로는 한눈에 보기에도 불량스러워 보이는 팔이 걸쳐져 있었다.(세상에는 인구수*2에 가까운 팔들이 존재하고, 그 중에는 불량스러워 보이는 팔도 있는 것이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앞을 보고 걷기 시작했다.

'겁먹으면 지는 거다'

얼마전 Sydney Town Hall 근처에서 칼에 찔려 죽은 유학생 모씨도 생각나고, 시드니 관광 첫날에 이런일을 겪는 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최대한 태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들은 차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나에게 머라고 했다.
그쪽을 바라 봤으나, 알아듣기 어려웠다. 인사를 하는 듯 했다. 하지만, 머라 대답할 말은 생각나지 않았다. 내가 무시하고 걷기 시작하자 차가 나를 앞질러서 '웅..'소리와 함께 지나갔다.

'휴우..'

Sydney 에 와서 두번째 쉬는 한숨이었다.
조금 더 걷자 아이들이 장난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이 놓이면서 긴장이 풀렸다. 그리고 고개를 드는 순간 나는 다시 삼각대를 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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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Botanic Garden에서 만난 한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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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내려와 바라본 오패라 하우스와 하버브릿지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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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아름다운 Sydney 마천루의 야경


내가 삼각대를 펼치고 열심히 사진을 찍짜 한 소녀가 나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했다. 사진을 보여주자 멋있다는 말을 연발하며 자기도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소녀는 오패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고 나는 움직이지 말라는 주문을 하며 카메라 셋팅을 바꾸며 사진을 찍었다.
흠.. 상당히 어려웠다.
배경으로 있는 시드니 오패라 하우스와 가로등불 앞에 있는 아이에 광량이 너무 달랐다. 하나가 살면 하나는 뭉개지거나 어두워 졌다. 내가 계속해서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자 아이는 이내 지쳤는지 포즈잡기를 포기하고 나에게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다. 생각보다 예쁜사진이 나오지 않자 아이는 급 실망한 표정이었다. 나는 비장의 무기로 한복인형 고리를 선물로 주며 달래기에 나섰다. ㅎ

이러고 있을 즈음 그아이의 부모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나에게 와서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어투는 조금 격양되어 있었고, 말이 빨라서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나를 나쁜 사람으로 보는것은 아닌것 같지만,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갑자기 튀어나와서 자신의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것이 맘에 안드는 표정이었다.
아주머니는 내가 'pardon?' 을 몇번 되풀이 하자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그곳을 떠나버렸다....OTL
이제는 자존심이 상하지도 않았다. 아직 나에게는 8일의 기회가 더 남아있었다. 그리고 어느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정도 만으로도 오전에 처음 도착했을때 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또다시 혼자 이 공원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두려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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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W 주립 아트 겔러리의 모습 - lost buddha 라는 전시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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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W 주립 아트 겔러리 앞을 지날때 겔러리에서 한 동양인 남성이 나와서 도시쪽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카메라를 off하고 그 사람의 뒤를 좆았다. 가로등불이 나의 그림자를 늘어뜨려 그 사람에게 닿자 그는 흠짓하며 뒤를 돌아봤다. 몇번 돌아보며 내가 쫒아오는것을 보더니 갑자기 2배 이상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미 충분히 빨리 걷고 있는 상황이었다. T-T 나는 무서워서 같이 가고 싶었을 뿐이라고~!!!)
조금 더 걸었을때 나는 High Way 를 지나 그디어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도심지로 나올 수 있었다.

호주 시간 겨우 오후 6시반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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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빅토리아 백화점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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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wn hall 근처의 시계탑

이제 나에게 백팩에 들어가서 음식을 해 먹을 기력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미칠듯이 다리가 아팟고, 피곤했다. 아무곳이나 들어가서 식사를 하려고 했다. Central Station 근처에 있는 나의 백팩을 가는길에 나는 식당들을 둘어보았다. 나는 그제서야 호주의 외식비가 꽤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몇 동호회에서 얻은 가격보다 1~2$는 값이 올라 있었다. 평범한 인스턴트 음식으로 보이는 것들이 모두 10$가 넘었다. 나는 지친 다리를 끌고 George St. 를 배회하며, 저렴하고 끌리는 음식점을 찾았다. 결국은 두번을 왕복한 끝에 나는 만만해 보이는 케밥집에 들어가 12$나 하는 소고기 캐밥을 주문해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백팩에 들어가 잘 준비를 하니 시계는 9시 근처를 향하고 있었다.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어두운 밤에 모두들 어디를 간거지?'

나는 사람들이 어디를 갔는지 궁금해 하며 눈을 감았다. 피곤했지만 많은 생각들이 떠올라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내가 누워있는 2층 침대는 내 키를 훌쩍 넘기는 높이였다. 생각보다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온다. 침대옆 보조등을 켜더니 무언가 뒤지는 소리가 난다.

'내가 먼저 인사하자'

적어도 나에게 비겁해서 친구를 사귈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할말을 대충 정리하고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떳다. 순간 아까 먹은 캐밥이 다 나올뻔 했다. 머리가 천장근처에 닫는 서양애가 2층 침대에서 자고 있던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헉..
나는 다시 조용히 눈을 감았다. (ㅡ_ㅡ;;)

그리고는 끝도 없는 잠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