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Travel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나의 호주 여행기 - 첫번째날 (시드니를 맞이하다. 1/2)


2008.08.30 토요일


잠깐 잠이 들었었나 보다.

요동치는 비행기의 굉음에 잠이 깨었다.
옆자리에 앉은 '어깨형님'은 또다시 팔걸이를 독차지 하고 있었고, 그 옆으로 나의 오른쪽 팔이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었다.
바로 어제 저녁..
앞좌석의 노신사분이 의자를 약간 젖히자 불맨소리로 뒷사람을 배려하라고 외치던 그 사람이었다.
가볍게 썩소를 날려주고 팔을 밀치면서 기지개를 켰다.
덕분에 지난밤 재대로 잠을 자지 못했던.. 정말이지 '소심한' 복수였다. ;;
그 '어깨형님'은 나를 한번 노려보더니 더이상 문제 일으키기 싫다는 표정으로 다시 잠잠해졌다.

내가 탑승한 아시아나 OZ601편은 이미 호주의 영공을 날고 있었다.
왠지 '오즈'를 연상시키는 OZ라는 편명이 마음에 들었다. 601이라는 숫자도 내가 좋아하는 소수 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렇게 아무런 거처나 아는 사람도 없이, 심지어는 여행사도 통하지 않고, 영어권 국가로 여행간다는 것은 나에게 하나의 '모험'과 같은 일이었다. 대학교 2학년때 우연한 기회로 모 외국계 회사가 주는 상을 받고, 지금 일하는 회사에 입사가 결정나 버린 이후로, 나는 어쩌면 무척 게을러 졌는지 모른다. 그토록 싫어했던 영어에 대해서 아무런 부담없이 지나쳐 갔었으니... 기본적으로 영어에 흥미가 없었을 뿐더러, 회사 입사에 지장을 주지도 않았기 때문에, 나는 기술과 경력을 쌓는데만 열중하고 있었다. 덕분에 회사에서 외국인들과 업무를 하고 있는 지금도 영어는 나에게 무척이나 피곤한 대상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정면으로 부딪쳐서 조금은 그런 마음을 털어내고, 다시금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여행에 거는 많은 기대들 중 하나였다.

'지금 나의 실력으로 볼때, 친구 사귀기는 커녕 여행길에 미아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이러면서도, 마음속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직 내가 젊거나, 개념이 없는 거겠지..

OZ601는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나를 시드니 국제 공항으로 이끌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타고온 아시아나 항공기


공항에 도착한 나는 시드니의 '첫번째 관문'인 출입국 검역소 쪽으로 향했다.
호주는 입국 물품에 대해 무척이나 까다로운 검사를 하고 있었다. 그 이유가 자국의 농,축산업을 보고하기 위해서 라는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 절차가 불편하기 보다는 부러웠다. 한 나라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다각도에서 그것을 성실히 수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나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통해 알고 있다. 세관신고서에 음식물과 Drug를 표시했다. Drug는 물론 마약이겠지만, 잘 모르면 yes 로 표기하라는 여행 가이드의 구문이 마음에 걸려 Drug 항목에 yes로 표기 하고 말았다. 물론 이러한 나의 세관작성표는 호주 세관의 이목을 끌것이 확실했다.
역시.. 예상한 대로, 몇가지 질문이 오갔다. 하지만, 많은 외국인을 대하는 세관 답게 알아듣기 쉬운 발음으로 또박또박 이야기 해 주었고, 나는 크게 어렵지 않게 내가 표시한 'Drug'들이 비상약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무사히 세관을 통과할 수 있었다. 김치와 고추장을 포함한 음식물도 칠리소스라고 말하자, 어렵지 않게 통과가 되었다.

'휴우....'

긴 한숨이 나왔다.
세관을 통과하고, 처음으로 호주의 푸른하늘을 올려다본 순간이었다.
어렵지 않은 절차였지만, 어렵게 한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 이게 영어권 국가를 처음 여행온 나의 현실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드니 국제공항 앞 풍경


공항을 나와서 처음 맞이한 호주의 아침은 맑았다. 하늘은 아름다운 deep blue 였고, 도시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여행기에서 지하철이 도시까지 갈수 있는 가장 저렴한 이동수단이라고 했지만, 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Sydney city 까지 가면서 호주의 전경을 보고 싶었다. 무작정 길에 서있는 경찰에게 다가가서 여행기에서 보았던 SKY 버스 탑승장을 물었다. 경찰은 SKY버스는 처음 듣는다며(엥?) 건너편에 있는 사람을 큰소리로 부르더니 '머라고' 외치고(ㅡ_ㅡ;;) 나보고 그쪽으로 가라고 했다.

'흘.. 단지 버스 승강장만 물어봤을 뿐인데.. '

나는 옆으로 보이는 버스 승강장을 흘깃하면서도 경찰관이 배풀어준 친절(?)에 마지못해 그 사람을 따라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봉고차에 승차했다. 뒤에서 이 상황을 보고있던 한 서양친구가 나를 따라서 같이 봉고차를 합승했다. 캐리어를 끌고 있는걸 봐서는 그 역시 여행객인듯 했다. 봉고차에 오르며 봉고차 기사에게 가격을 물으니 자그마치 20$ 라고 한다. 헉.. 물론 호주의 교통비가 비싸고 지하철로 비용만도 14$가 라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제 막 도착한 나에게 숙소까지 가는데만 20$가 든다는것은 쉽게 용납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비싸다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먼저, 동승한 서양인에게 말을 붙여보기로 했다.....가 말이 나오질 않는다. 아.. 영어 울렁증 T-T
내가 힐끗힐끗 쭈삣거리는 걸 보더니 난대없이 그가 인사를 했다.

'Hi~'

 ... 호주에 와서 듣는 낯선이의 '첫' 인사였다.

'Hi..'

나는 생소한 기분으로 짧게 대답하고 떠듬거리며 그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영국에서 서핑을 하러 왔다고 한다. 잉글랜드 가이들이 멋있다고 해주자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답한다.
세상에 자기 나라 칭찬이 통하지 않는 사람은 얼마 없나보다. 나는 몇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본론으로 말을 이었다. 20$인데 비싸지 않냐고 물으니, 그는 이렇게 이동하는게 편하고 가격도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한참을 '머라고' 말했다.(-_-;;;) 아.. 이게 비싼게 아닌가 보다.

눈치밥으로 'yes'를 때리는 나를 보고 영국애가 눈치를 챘나보다. 더이상 말을 안한다.T-T
나는 잠자코 봉고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봉고차에는 나와 영국친구 말고도 10여명 가까운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디어 숙소 도착. 짐을 내려주는 기사 아저씨에게 나는 용기를 내서 조금 비싼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아저씨가 웃으면서 깍우주시겠다고 한다. 마음씨도 좋으시지..
앞으로 내민 손에 동전을 거슬러 주시더니 지패까지 거슬러 주신다.

'어..어.. 이게 아닌데..'

자그마치 7$를 깍아줬다. 별말없이 깍아주신 아저씨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깍지 않았으면 아까울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15$ 정도가 적정 가격이라고 한다. 호주에 와서 처음 꺼낸 말이 돈 깍는거라는 생각을 하니 나도 참 웃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790 george

내가 묶은 백팩 이름이다. 지은지 얼마 안된 백팩답게 시설은 깨끗했고, 센트럴 스테이션 근처 답지 않게 숙박가격도 25$로 싼편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예약때 지불한 5$을 예약피라고 때인것은 좀 아까운 일이었다. 전자키로 방문을 열자 외국인들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4명이 함께 쓰는 방인데 두명이 아직 자고 있었다. 동양인은 보이지 않았다. 어둠속에서 적당히 가방을 던져둔 후, 나는 DSLR을 메고 백팩들고는 서둘러 방을 빠져나왔다.
지난밤.. 비행기 안에서 '어깨형님'덕에 재대로 잠을 자지 못한탓에 속이 조금 미식거리고 약간의 어지러움증을 느낄정도로 피곤했지만, 처음 도착한 호주의 모습을 조금도 보지 못하고 음습한 숙소에서 눈을 감는다는것은 왠지 용납할 수 없었다.
이 여행을 오기까지 나는 얼마나 힘들었던가.. 보름간에 미칠듯한 업무처리와 여행계획..
나는 잠깐동안만 시내 모습을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올 생각으로 숙소를 나섰다.
 
이것이 나의 길고긴 첫날 여행의 시작이 될지는 생각지도 못한체로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sydney central station


사용자 삽입 이미지

central station 앞쪽 post office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드니에서 자주 보이는 새중에 하나


시드니의 전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사암으로 만들어진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새로 지어진 형이상학적인 건물들과 멋진 조화를 이뤄내고 있었다.
나는 먼저 발길 닫는대로 가장 눈에띄는 central station 역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central station 내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길에서 만난 Sydney의 두 청년

역을 둘러본 후 바깥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가로이 한 중년분이 갈메기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었다.
촌스럽게 카메라를 매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나에게 불량스러워 보이는 패거리가 
나와 카메라를 보고는 cheese~ 를 외쳤다.

'Hey~ cheese'

겁날수도 있겠지만.. 왠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의 표정이 너무 밝았기 때문일까..?
기분좋게 인사를 받아주고, 사진을 찍는다고 하자 괴상한 포즈를 짓는다. ㅎ
어디사는지 묻자 Sydney 주민이라고 했다. 멋짓 포즈라고 답을 한후 발걸음을 옮겼다.
이름도 모르던 누군가와 웃으며 인사를 나눌 수 있는 도시..
난 도착 두시간만에 이 도시에 조금씩 매료되어 가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풍건물과 맑은 하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연극전용 극장에서 포스터를 붙이는 아저씨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많은것들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패디스 마켓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패디스 마켓과 차이나 타운 앞 조형물


벌써부터 동서남북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나는 그냥 무턱대로 걸어보기로 했다.
이미 Sydney 의 여행 동선은 다 그려왔지만, 아직까지도 난 간단히 돌아볼 생각이었고, 이 도시의 어딜 봐도 좋을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발길닿는 대로 걸어서 내가 도착한것은 시드니 도시여행의 첫번째 목적지인 패디스마켓과 차이나 타운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드니 시티 모노레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패디스 마켓을 조금 올라오면 시티 모노레일이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탈 수 있는데 시드니 시티를 크게 한바퀴 돈다. 나는 한번 타는 요금을 내고 전체 한바퀴를 돌면서 시티를 감상했다.
도시의 아름다운 관경을 위에서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이미 피곤함은 날아가 버린지 오래다..

어느세인가 나는 이대로 하루일정의 시티투어를 시작하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깔끔한 도시 간판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원을 순회하는 미니열차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금 걸으니 커다란 광장이 나왔다. 달링하버로 이어지는 광장 이었다. 일반 광장일 뿐이었지만, 아기자기한 간판들과 건물들, 관광 미니 열차들이 마치 유원지에 온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유원지의 단지 보여주기만을 위한 허접한 건물이 아니라 실제 사용되는 멋지고 실용적인 건물들 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광장을 약간 돌아 나오자 분수대로 나오고 목욕을 하고 있는 갈매기 들이 보인다. 가마우지 종류로 보이는 길죽한 새가 한가롭게 공원을 돌고 있었다. 사실 공원이라고 하지만, 도시와 공원의 명확한 경계선은 없었다. 걷다보면 건물들이 있고, 근처에 분수나 조형물 들이 있었고, 그러한 것들이 조금씩 자주 보이더니 모든것들이 모여서 결국은 공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것은 정말 공원이었다.

난 이러한 것들이 좋다..
사람도 동물도.. 한가로운 오전의 공원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멀리 보이는 Pyamont Bridge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회전하고 있는 Pyamont Bridge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분수 조형물에서 물장난 치는 아이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닻 모형의 조형물에서 쉬고있는 아이들


점심때가 다 되어서 달링하버에 도착하였다. 우선 눈앞에 커다란 Pyamont Bridge 가 눈에 띄었다. 항구답게 배들도 꽤 눈에 보인다. 하지만, 고기잡이를 위한 배들은 아니었고, 매끈하게 빠진 개인용 요트나 유람선 들이었다. 덕분에 항구는 항구 특유의 비릿내나 지저분함이 없이 깔끔하고 새련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약간 투박하게 직선으로 뻗어있는 Pyamont Bridge 가 항구에 알수 없는 안정감을 주고 있었다.
분수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이곳의 조형물이나 분수는 특별히 '올라가지 마시요'라는 문구가 없다. 아이들은 조형물에 편하게 앉거나 매달려서 놀았고, 어른들은 그것을 훼손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 조형물은 도시의 미관을 아름답게 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에게는 놀이터 그 자체였다. 한동안 달링하버의 경치에 빠져있다가 다시 눈을 돌렸을때 브릿지가 돌아가 있는것을 보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몇몇의 사람들은 Pyamont Bridge 가 돌아가 있는것을 사진에 담기위해 무척 고생했다고 한다.)

'헛.. 이 다리가 돌아가기도 하는구나..'

그다지 큰 배가 지나가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마 쇼의 일종인것 같았다.
하지만, 돌아가는 다리라니.. 멋지지 않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달링하버에 있는 커다란 쇼핑몰에 들어갔을때 나는 작은 고통을 느꼈다.

배고픔

근처 피자가게에서 김을 피어내며 무시하지 못할 향기로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새벽5시에 기내식 이후에 아무것도 것지 못하고 오후 1시가 되도록 계속 걷고 있었다. 처음보는 시드니의 풍경에 잠시 잊고있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시간이었다.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그다지 배고픔을 느낄틈이 없었다..
아침 점심 저녁을 정해진 시간에 줄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작업하기 때문에 배고픔과는 거리가 멀었고, 가끔 한끼를 거르는것도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나는 이미 충분히 걸은 상태였고, 다양한 가게에는 갖가지 음식들이 냄새의 향연을 벌이고 있었다.

지극히 평범한 배고픔 이라는 감정은 정해진 일정에 정해진 일을 해나가며, 차츰 잊혀져 갔던 '나'라는 존재를 조금씩 깨워가고 있었다.
나의 채력의 한계, 나의 용기의 한계, 나의 계획력의 치밀함, 나의 사람들과의 친밀도.. 짧은 시간동안 나의 많은 것들이 도마위에 올려질 것이다. 이번 여행시간 동안 나는 많은 부분에서 나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아쉽지만, 나의 점심은 기껏 피자조각이 아니었다. 나는 유혹을 뿌리치고 다음 목적지인 스타시티 카지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깔끔한 street 표지판

사용자 삽입 이미지

Darling Harbour 표지판

시드니 시티의 간판들과 조형물들 단조로우면서도 깔끔한 멋이 있었다. 어디하나 녹이 슬거나 낙서나 광고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아서 마치 댄디한 옷을 정성스럽게 다려 입은 듯한 말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지나치게 치장하거나 과장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편안하면서도 깔끔한 모습이 지루하지 않은 즐거움을 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원한 주말 도로 풍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암으로 지어진 이름모를 교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슈퍼마켓 안의 과일코너


한참을 걸어서 스타시티 카지노에 도착했다. 하지만 낮 시간의 스타시티 카지노는 거대한 현대 일반 호텔 및 쇼핑몰과 다름없었다. 카지노에서 싸게 뷔페를 먹는 방법도 알고 있었지만, 카지노 자체는 나에게 관심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고픈 배를 움켜쥐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다음 목적지는 그디어 나의 랍스타가 기다리는 Sydney Fish Market 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fish market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싱싱한 굴 한판 13.9$... 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고기들 조차 예쁘다..젠장 T-T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25$에 구입한 랍스터와 하이네켄


사용자 삽입 이미지

Fish Market 바깥쪽에 설치된 Table 과 음식을 얻어먹으려는 갈매기


Sydney Fish Market 

이곳은 그 명성답게 흡사 모형으로 만들었을것 같은 형형색색의 어패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만약 이곳에서 산다면 아마 판매되고 있는 모든 어폐류들의 요리법을 하나씩 배워서 천천히 맛을 음미해 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짧았다.
물고기와 굴을 하나 가득 사서 백팩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이제 시작인 오늘 하루의 일정이 나를 붙잡았다. 나는 요리 상가들이 모인곳으로 이동해서, Sydney 에서 맛보고 싶었던 랍스터와 하이네켄을 사서 바닷가 테이블로 향했다. 테이블은 이곳을 찾은 손님들로 만원이었다. 값비싼 해산물 요리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이곳은 인기 만점이었다. 난 용기를 내서 빈자리가 있는 동양인이 앉은 테이블에 가서 물었다.

"Is this seat taken?"

조금 망설이더니 이내 "Sorry"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일행이 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거절에 조금 풀이 죽은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근처 풀밭에 앉아서 랍스터와 맥주를 즐겼다.
꿀맛이었다.

아주 조금씩은..
혼자 다니는 여행이 적응되는것 같기도 하다.

나는 무엇이든 혼자 하는것을 싫어했다. 혼자 쇼핑하기, 혼자 영화보기, 혼자 밥먹기, 혼자 여행하기, 혼자 일하기.. 가끔 혼자 영화관을 갔다거나, 홀로 여행했다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때면, 나는 속으로 '왜?' 라는 질물을 하기도 했다.
어쩌면 나는 외로움이라는 단어 자체를 두려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라는것은 더 많은것을 느끼게 해 주고, 더 많은 질문을 나에게 던지게 해준다.

마치 아주 옛날 내가 싫어했던 내가 그랬었던 것처럼...

사용자 삽입 이미지

Fish Market 로 가는 한적한 도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Pyamont Bridge 위쪽


사용자 삽입 이미지

LG IMAX 상영관


사용자 삽입 이미지

Sydney Tower


사용자 삽입 이미지

Pyamont Bridge 위에서 바라본 달링하버의 전경


혼자만의 근사한 식사를 마친 나는 다시 힘을 얻어서 걸음을 옮겼다. 왔던걸을 돌아 다시 Pyamont Bridge를 건넜다. 아까 봤던 달링하버를 약간 높은곳에서 보니 또 다른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아까 모노래일을 타고 지나왔던 부분들을 직접 걸으며 하나하나 볼 수 있는것들이 큰 즐거움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퀸 빅토리아 백화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퀸 빅토리아 백화점 내 시계탑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계탑에는 작은 배가 항해를 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백화점 홀을 따라서 놓여져 있는 식당 Table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계속 길을 걸어 Sydney City 의 Main Steet인 George Street으로 다시 도착했다.
처음 나의 눈길을 잡았던것은 퀸 빅토리아 백화점 이었다. 백년이상된 건물을 개조해서 백화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건물의 웅장함과 고풍스러움에 한번 놀랐고, 그것을 현대적으로 재 해석하여 백화점을 만든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이곳은 내가 호주에서 본 중 과거와 현재가 가장 조화롭게 융화된 곳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건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커다란 시계가 있었다. 시계를 망원으로 당겨보니 배가 이동하는 모습과 조그마한 양각의 그림들이 보였다. 이 시계에는 호주에 정착한 선조들의 역사가 그려져 있다고 한다.

'200년..'

호주의 역사의 시간이었다. 우리나라에 비교한다면 손톱정도밖에 되지 않는 짦은 시간이다.
하지만, 아무리 짧은 역사라도, 현대와 조화를 이루었을때 빚어지는 아름다움은 정말 인상깊은 것이었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지고도 공원을 조성해서 겨우 그것들을 보존해 나가고, 일부는 그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고, 일부는 불을 질러 태워버리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생각나서 홀로 한숨을 한번 쉬었다.

과연 우리가 그 역사를 아름답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인트 엔드류 성당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풍스런 건물에 들어서 있는 맥도널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George Street을 따라 올라가면서 나는 다양한 역사와 멋을 지닌 거리와 건물들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이 거리를 걷고 있는것 자체가 즐거움일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였다. 주말을 맞아 많은 인파가 있었음에도 지나치게 북적이지 않았고, 활력 넘치면서도 아름다운 도시 풍경에 나의 카메라 셔터는 쉴 틈이 없었다. 사진을 찍는 내내 나는 행복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3시반경..'

3시반이라고 하기엔 해가 너무 넘어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호주의 해는 짧다고 하던데.. 난 아직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를 조금 더 늘렸을 뿐이었다. 애당초 시티투어를 계획하고 숙소를 나온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Time Table은 이미 조금 늦어져 있었고, 아직 봐야할 것은 많이 남아 있었다. 오늘 조금 더 힘을내서 시티 투어를 마친다면 근교 투어를 하나 더 할 수 있었다. 나는 조금 쉬면서 재충전을 하기 위해서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시켰다.
담백한 카페 모카가 일품이었다. 근래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었다. 나는 천천히 커피와 거품을 즐기며 약간의 휴식을 취했다.
길을 지나가던 일본 여자애가 내 주변을 머뭇거리며 커피를 마시는 나를 쳐다보았다.

'아마, 말이 걸고 싶은거겠지..'

혼자 여행을 시작한지 반나절 밖에 되지 않았지만, 여행객 끼리는 통한다고 할까. 그 여행객이 이미 조금은 지쳐있고, 말상대를 찾는 다는것을 난 쉽게 눈치 챌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굳이 그러지 않았다.

'아직은 좀 더 혼자만의 여행에 익숙해져 보고 싶다.'

나는 너무 빨리 여행의 길동무를 만들어서, 혼자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다.
천천히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던 나는 다시 일어나 몇센트의 팁을 놔두고 주말에만 열린다는 Rocks Market 으로 향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하버 브릿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Sydney에서 처음 마주친 오페라 하우스


Rocks Market 을 향해 걷고 있을때 나는 Sydney 의 대표 상징물인 하버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누군가는 오페라 하우스가 사진보다 별루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싸구려 타일조각을 붙여놓았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오페라하우스는 자신만의 조형미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무시하지 못할 풍경이었다. 자연이 만든 풍경을 감히 인간이 넘어서지는 못하겠지만, 인간이 만든 풍경중에 순위를 따지라고 한다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분명 그 순위권에서 당당히 좋은 위치를 차지할만한 것이었다.
하버브릿지 역시 그 크기와 새새한 곳까지 신경을 쓴 모습들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더할나위 없는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가까이 가서 이 인간이 만든 조형물들을 자새히 보고 싶었지만, 여행의 계획에 따라 발걸음을 Rocks으로 향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Rocks Market 의 전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손을 놓으면 경사면을 따라 캥거루들이 달리기를 한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캥거루 모양의 부매랑은 정말 괜찮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호주에 사는 동물들의 미니어쳐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트 하나에 45$ ;;


Rocks Market 은 예술가들의 장터 답게 아기자기하고 예쁜것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싼것이 흠이었다. 정말 멋진 몇몇은 사진 촬영을 금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사진을 찍겠다는 나의 말에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버 브릿지


자 이제 기대하던 오페라 하우스다.
하버브릿지 밑을 통과하여 바닷가를 따라 나는 서큘러퀴로 걸음을 옮겼다.
4시경.. 이제는 해는 서서히 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다음 장소를 향새 걸음을 서두르고 있었다.